160222 충무 블랙앤블루 시즌2 쇼케이스 경종 후기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경종(조풍래) 연잉군(윤석현) 신하/홍수찬(최연동) 무용수(노화연)
작가: 정준, 작곡: 이숙진, 연출: 김지호, 음악감독: 서은지, 안무: 곽고은
http://blog.naver.com/musicalbnb/220634309033
충무에서 진행된 여러 시범공연에서 실패를 많이 맛본지라 정말 기대감을 접고 간 작품. 작년 12월의 근육요정의 혈투, 1월 마스터 블렌더, 2월 테슬라: 천재들의 게임...
그 중 최악은 12월과 1월의 작품이었지만 나날이 리딩, 쇼케이스 공연의 창작 퀄리티가 하락한 것처럼 느껴진다. 부족함을 안고 가는 단계긴 한데 너무 심한게 아닐지.
각설하고 경종은 우려했던 것보단 괜찮았다. 우선 내가 좋아하는 역사를 소재로 했다는 것. 재위기간이 짧아 기록이 많지 않다보니 에피소드와 캐릭터가 한정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경종은 지나치게 이상주의자가 되고, 연잉군은 현실주의자고. 공연 중 엄청나게 반복했던 "왕손의 00"처럼 장손만이 왕이 되고 이하의 왕자들은 모두 처단하거나 재야에 묻히거나 할 수 밖에 없긴 한데 창작이잖아... 이거 좀 다르게 할 수 없었는지.
경종은 이상주의자지만 아버지(숙종)처럼 잦은 환국을 일으켜 신하들이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행동할지라도 희생되지 않길 바랬다. 결국엔 그도 뒷받침되는 세력이 약하다보니 어쩔 수 없었지만. 왕권이 약하면 그 왕을 갈아치우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왕을 추대하고자 연잉군을 세력으로 띄우는데 연잉군도 결국엔 자신의 입지를 위해 경종을 버린다. 결말에서 실록의 기록대로 소화가 잘되지 않는 음식들을 바치고 그 음식을 먹은 경종은 죽고 만다.
의상은 간단해보였지만 재질이 좋아보였고 경종의 의상이 검은색+황금색 조합이라 보통 빨간색+황금색 조합과 대비된 느낌을 준다.
그런데 무대는 이해가 안됐던게 그다지 상관없는 것들을 엮어둔 것 같았다.
무대는 오른쪽과 왼쪽이 갈라진 두 벽이 살짝 교차하듯 있고 단면은 거칠어서 조명을 쬘때 잘 어울렸다. 두 벽 위에 흰색 가면이 4-5개씩 있는데 아마도 경종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사람들을 표현한 듯 하다. 여기까진 이해가 되었는데 도대체 기찻길 위에 나무둥치는 왜 둔거지? 극 내용과도 전혀 상관이 없는 있어보이기 식인지 바닥이 심심해서인지? 거기에 흰돌은 도대체 왜 깐 것인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왼쪽엔 사관인 홍수찬이 사초를 쓰는 책상이 있다. 극중에서 경종과 적지 않은 대화를 하고 선대왕부터 사관이나 신하인데, 경종이 자신의 뜻을 폈으면 하는 바람과 왕위를 유지하길 바라며 간언도 한다. 다만 경종은 듣지 않는 척하다가 대부분은 듣다가 마지막엔 듣지 않음(...)
내가 느끼기엔 굉장히 드라마틱한 소재를 밋밋하게 진행된 것 같다. 물론 극은 어느 정도 살린 듯 한데 실록에서도 경종이 신중하게 행동하므로 딱히 뭘 더 넣기는 힘들어보이긴 한다. 혹은 등장인물이 너무 적어서였는지도.
노론이나 소론 신하들도 조금 넣어줬음 좋겠더라... 노론은 연잉군 편, 소론은 경종의 편이니. 없었어도 관계, 갈등은 다 느껴지지만 경종 혼자 고뇌하는게 그리 매력적이진 않았다. 그게 의도였을텐데... 여기선 킬링넘버가 있었으면 더 각인되었을 것 같다.
공연이 작은 규모니까 경종-연잉군의 관계를 부각시키고 경종의 속내를 알기 어려우므로 사초를 작성하는 사관과의 대화를 넣어서 보여주려했던 것 같다. 연잉군은 초중반까진 꽤 나오다가 앓아누운 후로는 덜 나옴.
넘버는 듀엣곡들이 듣기가 좋았다. 경종과 연잉군이 대립하면서 부르는 노래라든가, 마지막즈음에 하얀 무지개 나오는 내용의 노래라든가...
초반쯤 숙종, 장희빈(경종의 모)이 가면을 쓰고 등장해 경종을 둘러싸고 압박을 하는 듯한 악몽을 꾸는 장면이 있다. 아들을 왕위에 올리고 싶어한 장희빈과 나약하다며 꾸짖는 숙종이다. 한명 더 있는데 기억이 안남... 그리고 경종과 장희빈이 등장하는 넘버가 있는데 주로 어릴 때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소재로 한번은 대사 없이, 한번은 석현배우가 뒤에서 부른 듯.
거의 끝날 때쯤 꽤 졸렸는데 극이 끝날 듯 끝나지 않았다. 후반부가 늘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