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016. 11. 13. 22:08

161110 연극 페리클레스 후기

"이 희망 속에서 나는 살아간다."








 <페리클레스>는 초연때 볼까 말까 고민했던 작품인데 재연이 온다고 해서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올해는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 기념으로 다양한 작품들이 공연되는데 그중 가장 로맨틱(?)한 작품이라고 해서 보고 싶기도 했다. 

 최근 보러간 연극들이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사실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같이 간 지인도 너무나 즐거워했고, 나 역시 완전히 빠져들어서 봤다. 


 1막은 젊은 페리클레스의 고난의 시작과 그 여행

 2막은 페리클레스의 딸인 마리나의 고난와 그 끝


 시점은 페리클레스, 마리나, 타이샤, 페리클레스가 떠난 티레의 주민이나 신하 등 주요 세 사람과 관련된 여러 도시(5개의 나라)에 있는 화자들에게 옮겨다닌다. 


 유인촌 배우가 맡은 가우어가 해설자 역할로 앞에 있는 관객들과 대화하기도 하며 지나가는 행인 역할을 하기도 하고, 또한 세트를 움직이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이 이야기, 저 이야기 옮겨가는게 재밌었다. 극중 인물이라기보다는 "해설자"의 역할에 충실하지만 2막에서 늙은 페리클레스로 분하여 보여주는 연기가 좋았다. 보통 브라운관에서 연기하셨던 분들을 연극에서 만나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꽂히는 정확한 딕션과 적절한 연기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남윤호 배우! 잘 모르는 배우였으나 <에쿠우스>에서 평이 좋았어서 괜찮겠지 싶었는데 굉장히 잘해서 놀랐다. 다만 1막 중반부터 발을 절뚝거렸는데 무대계단 내려가다가 골절상이라고 해서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왜냐하면 첫날 공연은 모두 소화했고 커튼콜때도 걸어나왔기 때문에... 그런데 둘째날 공연부터는 휠체어에 앉아서 대사를 하고 김도완 배우가 아바타처럼 움직이신다고 해서 남은 공연 어쩌나 걱정도 되었다. 첫공날 커튼콜 때 카메라를 가져가지 않아 열렬히 박수만 쳤고 배우들의 표정이 너무나 좋았기에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이 작품을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전성민 배우가 참여하기 때문이다. 초연때는 최우리 배우가 참여했다는데 성민 배우보다는 더 밝은 마리나가 아닐까 하는 예상이 들었다. 마리나는 우리가 생각하기에 알쏭달쏭한 신비한 여인이자 매우 현명한 여인이기도 하다. 본인의 뜻을 관철하는 것도 본인이 가진 힘이나 위치도 매우 잘 알고 있다. 어찌 보면 그것이 안타까웠지만 어찌 보면 이 작품에서 가장 강인한 사람들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녀 뿐만 아니라 그녀의 어머니 역시.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배우들이 말하는 대사에 시의성을 굉장히 잘 반영하여 어색하지 않고 극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흘러갈 수 있게 만든 것은 너무나도 좋았다. 여러 뮤지컬과 연극에서 유행어나 인터넷 용어들을 쓸 때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순간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되도록 안 썼으면 하는 바람이 큰데 정말 예상할 수 없는 순간에 터지는 그 시의적절한 언어들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배우분들이 정말 잘 하셔서 첫공인데도 이미 몇 번 진행된 공연 같을 정도였다. 


 공연에서 불편한 점들은 꽤 많다. 2막의 사창가 장면들이나 여자를 하찮게 보는, 그리고 그게 당연한 시대였다 해도 현대의 여자 관객들이 그걸 그저 바라만 봐야하는지에 대해서 고민이 많이 되었다. 이 작품 뿐만 아니라 고대부터 현재까지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나온 문학 작품들은 이 같은 문제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알고난 이후에 공연을 볼 때 그러한 남성 우월적, 여성 비하적 대사나 내용에 대해서 불만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여러 불편한 점을 제외하면 괜찮고 즐거운 작품이지만 좀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공연을 보고나서 원본 대본이나 원래의 희곡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좋은 대사들이 많았지만 다 기억할 수 없으니까.

 

 어찌 보면 극 내내 그에게 주어진 운명은 가혹하기만 한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고난에 고난이 더해진다. 그가 읊는 시적인 대사들도 저 캐치프라이즈 같은 문구도 그에게는 힘든 선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럴 때 다시 나아갈 희망이라는 건 인간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것이 아닐까.


Curtain-call 2016. 3. 24. 02:19

160323 명동 로망스 커튼콜 및 후기

명동로망스 2016.03.22~04.24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고상호, 전성민, 윤석원, 박범정, 정민, 박호산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대학로로 이사한 로망스 다방.

동숭홀 음향이 좋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깨끗하게 들려서 좋았다.

뉴 캐스트인 전성민 배우의 전혜린이 기대됐는데 기대보다도 더 잘해서 좋았던!

고음부분은 좀 쓰릴했지만 딕션이 잘 들린거나 정말 꼬맹이 숙녀라는게 어울렸던.

범정 마담은 처음 보았는데 마담 그 자체여서 참 좋았다. 노래나 연기, 딕션 다 좋았다

배우들의 애드립도 늘었고, 볼 때마다 느끼지만 잘 어울리는 분들이 해주셔서 넘 고맙고 그 시인이자 그 문학도이자 그 화가, 그 예술가들이라는게 너무 잘 어울려서.

그리고 가사가 좋은데 기억이 안나는 건 넘 아쉬운. OST는 구했으나 가사가 프로그램 북에 써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필사를 하고 싶은 구절들이 꽤 있다.

기대해달라던 이중섭의 황소가 무대 전면에 뜰 때의 기분은 잊지 못할 것 같다.

중블 오른쪽에 앉았는데 블루때처럼 책상에 가리고, 배우에 가리는 건 여전.

최대한 중앙 of 중앙을 가는 걸 추천한다. 그래도 시방이 있다고 들어서 슬픔.

또한 커튼콜도 달라졌는데 다시 내게 생명수를 줘~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명로 보고나오면 항상 막걸리가 당기는 거 아시죠?

그리고 이중섭이 오른쪽 사다리에 매달리는데, 왼쪽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른쪽 사다리는 무대와 많이 동떨어져 있어서 아쉬운.


언제 다시 만날 지는 모르겠지만 60년 전의 그분들을 다시 만날 기회와

내 삶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는 뮤지컬을 만나 반갑고 즐거웠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하길 바라며.



Curtain-call 2016. 3. 14. 14:54

160313 넥스트 투 노멀 총막 커튼콜

넥스트 투 노멀 2015.12.16 ~ 2016.03.13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정영주, 이정열, 전성민, 서경수, 백형훈, 임현수









늘 알았잖아, 나란 걸.